김진영 에세이1 '아침의 피아노'를 읽고 철학자 김진영 선생을 생전에는 알지 못하였다. 말기 간암이 발견된 후 13개월 간 병마와 투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삶에 대한 생각을 짧은 글로 남기셨고 사후 출간되었다. 책에 나오는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일부 글을 옮긴다 아침의 피아노.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다. 나는 이제 무엇으로 피아노에 응답할 수 있을까. 이 질문은 틀렸다. 피아노는 사랑이다. 피아노에게 응답해야 하는 것, 그것도 사랑뿐이다.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몰 기록을 들추어 본다. 그들이 거의 모두 지금 나만큼 살고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. 내 생각이 맞았다. 나는 살 만큼 생을 누린 것이다. 돌보지 않았던 몸이 깊은 병을 얻은 지금, 평생을 돌아보면 만들고 쌓아온 것들이 모.. 2020. 11. 9. 이전 1 다음